신용각 현대증권 본부장 "프리IPO·부동산 PF 틈새 공략…올 사상최대 IB 영업익 눈앞"

입력 2015-12-14 17:47  

IB KOREA 인물탐구 (9) 신용각 현대증권 투자은행 1본부장

IB서 20년 잔뼈굵은 베테랑…100여개 기업 상장 성사
국내 기관 외면하던 KAI, 해외투자 이끌어 증시 입성시켜

IB의 본질 '오너의 생각' 읽는 것
실패 통해서 기업 보는 눈 길러…오너의 집중력이 기업 미래 갈라



[ 서기열 / 임도원 기자 ] “오너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죠.”

신용각 현대증권 투자은행(IB) 1본부장(상무)에게 IB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1996년 IB에 입문해 지난 20년간 100여개 기업을 상장시키며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신 본부장은 ‘기업을 보는 눈’을 강조했다. 그는 “IPO 주관사 계약을 맺어도 상장에 최종 성공하는 기업은 30%밖에 안 된다”며 “기업을 볼 때 오너의 집중력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IPO만 20년

2004년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유진테크의 엄평용 대표를 만나 주관사 계약을 맺을 때도 그랬다. 신 본부장은 “오너가 모든 것을 걸고 하나의 사업에 집중하는 기업은 십중팔구 성공한다”며 “당시 엄 대표는 오직 반도체 장비 하나에만 ‘올인’했다”고 회상했다. 반도체 관련 업체 출신인 엄 대표는 2000년 유진테크를 세운 뒤 ‘한 우물’을 팠다. 그 결과 2006년 1월 상장 때 29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2920억원으로 10배나 성장했다. 반도체산업이 한창 호황일 때는 시가총액 5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신 본부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1989년 현대증권에 입사한 이후 26년째 ‘현대맨’을 고수하고 있다. 입사 초기 시장부, 지점영업 등을 거치면서 “보다 전문적인 업무를 해야겠다”고 결심, 1996년 회사채 등 각종 채권을 다루는 인수부에 들어가 IB와 인연을 맺었다.

주식시장에 비상장사를 소개하는 IPO는 ‘IB의 꽃’으로 불린다. 그동안 그의 손을 거친 상장사는 100여개에 달한다. 올해도 피부·두발 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대어’ 케어젠과 OTP(일회용 비밀번호) 보안솔루션업체 미래테크놀로지를 상장시켰다. 상장 기업은 두 곳에 불과하지만 공모 규모가 총 2023억원에 이를 정도로 ‘알짜’ 딜을 주관하며 쏠쏠한 수수료를 챙겼다.

KAI 상장의 산파역

가장 기억에 남는 딜을 묻자 2011년 대표주관사 자격으로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함께 상장시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꼽았다. 공모 규모만 5675억원으로 그해 IPO시장의 ‘최대어’로 공모 물량을 다 소화하려면 해외 기관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KAI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KAI의 비교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삼성테크윈, 해외에서는 록히드마틴 보잉 등이 있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에 안팎에 달했다. 비교적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비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수익이 불투명한 KAI에 그대로 20배를 적용해 시가총액을 산출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이었다.

이대로 물러설 신 본부장이 아니었다. “분단국인 한국에서 수조원을 투자해 기술력을 쌓은 회사다. 그리고 그 기술력으로 개발한 훈련기 T-50은 충분히 수출경쟁력이 있다고 계속 설득했죠.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20배를 인정받았습니다. 한국 최초의 항공기업체 상장을 마무리한 것이죠.”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일궈

현대증권 IB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변신 중이다. 현대증권은 최근 2~3년간 매각 문제에 휩쓸리며 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전통적인 IB업무에서 주관사를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 본부장은 총 4개 IB본부를 총괄하며 신용공여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스스로 신용을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사업으로 리스크와 수익의 균형을 맞추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돈을 벌려면 진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증권사는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남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신용 장사를 해야죠. 우리가 분석해서 망하지 않을 회사나 사업이라면 우리 신용으로 보증을 서서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물론 리스크 관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겠죠.”

대표적인 분야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중심으로 한 구조화 금융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 시공사가 전체 1000억원이 필요할 경우 사모 사채를 발행하면 신용별로 나눠서 보증을 해주면서 지급 확약을 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현재 모 외식사업체의 2년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고 600억원을 보증해주는 유동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IPO 분야에서는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 매입) 방식으로 선제적 투자를 하고 있다. 내년 상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예선테크에 10억원, 2년 뒤 상장을 추진 중인 태극제약엔 2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앞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상장 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변신은 사상 최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현대증권 IB부문은 3분기까지 약 8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주요 증권사의 IB부문과 비교하더라도 최상위권 실적이다.

서기열/임도원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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